앞서 理는 <하늘의 이치>, 氣는 <하늘의 이치에 따른 현상>이라고 말씀드렸는데요.
퇴계는 이기이원론(理氣二元論), 율곡은 이기일원론(理氣一元論)을 주장했습니다. 만물은 理와 氣, 이 두 가지의 근본요소(二元)로 이루어져 있고 서로 분리되어 있다는 주리론(主理論), 그리고 理와 氣는 분리된 것이 아니라 하나로 연결되어 있으므로 하나의 근본요소(一元)라는 주장의 주기론(主氣論)입니다.
조선 선조 연간의 1·2세대 학술부흥기에 주리론과 주기론을 두고 이황 중심의 영남학파와 이이 중심의 기호학파 사이에 치열한 학술논쟁이 일었는데요, <理가 主냐 氣가 주냐>, 혹은 <理와 氣가 분리되었느냐, 분리되지 않았느냐>를 두고 논쟁을 벌였던 겁니다.
논쟁에 불을 지핀 것은 기호학파였습니다. 정통 정주학(정호·정이와 주희의 학통)에서는 理와 氣가 서로 분리되어 있으며, 리가 능동성을 지니고 있어 기를 주재한다고 보았는데요, 여기에 이이 중심의 기호학파가 이의를 제기하며, 리가 아닌 기가 능동성을 지니고 발동할 수 있으며, 기가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리의 현상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리가 주재자인 건 맞지만 단순히 기를 주재하는 보편적 원리일 뿐, 리가 능동성을 지니고 기의 성질을 바꿀 수 있는 건 아니라는 뜻이었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외물과 직접 접촉하는 것은 리가 아닌 기이므로, 기가 외부 자극에 의해 자극을 받고 동하여 감정을 일으킨다고 본 것인데요, 기의 기질에 따라 인간 본성의 선악의 모양이 결정된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이를테면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으킨 푸틴(Vladimir Putin, Vladimir Vladimirovich Putin)의 경우 자기가 듣고 보고 경험한 바, 다시 말해 자신이 접한 정보와 거짓으로 둘러싸인 주변 환경에 의해 사려의 기능이 파괴됐고, 그로 인해 본성이 악으로 변질되었을 가능성도 있는데요, 만일 그렇다면 氣의 기질에 따라 理가 영향을 받았다는 얘기가 됩니다.
푸틴이 <우크라이나가 서방을 끌어들여 러시아의 위협이 되므로 먼저 침략하는 게 당연하다, 자신은 러시아에 해가 되는 나라를 혼내려고 전쟁을 일으킨 것이므로 자신이 정의다>라는 거짓의 사고에 지배받는 것이라면, 그것은 푸틴이 <남의 나라를 침략하는 것은 나쁘다>라는 천리(天理)를, <내 나라를 위협하면 선방을 날려서 나를 방어해도 된다>라는 인욕(人慾: 이기적 욕망)의 논리로 정당화시켰기 때문이고, 그것은 氣의 기질이 理의 선악 형성에 영향을 끼쳐서 악한이 되었다는 주장인 셈입니다.
다시 말해 푸틴이 악하게 된 것은 <理가 氣를 주재하여 발생한 현상(사고방식)>이 아니라 주변의 잘못된 환경, 즉 <외물을 직접 접하는 氣의 기질에 본성의 理가 영향을 받았고>, 그래서 분명한 不義임에도 그것을 오히려 正義라고 스스로를 믿게 되었다는 뜻입니다.
이런 <왜곡된 심리현상>이 발생하는 것은 <理가 主로서 氣를 제어했다기보다는 氣가 능동적으로 理에 작용한 결과이므로 理와 氣는 분리된 것이 아니라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理가 아닌 氣가 主이다(主氣論)>라는 주장입니다.
사람의 마음이 외부 자극을 받아서 화가 났다는 것은 희노애구애오욕의 칠정인 氣가 외물을 접하며 일어난 감정인데요, 화를 억제하는 기능인 仁義禮智의 理는 주로 화가 나기 전, 다시 말해 氣에 앞서 발동하지 않고 화가 난 이후인 기의 발동 이후에 일어납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어떤 외부 자극을 받았을 때 감정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는 미리 알고 있죠. 인의예지의 사단이 미리 준비되어 있다는 뜻입니다. 그렇기에 사단의 리가 항상 기보다 늦게 발동한다고 볼 수도 없습니다. 따라서 주기론자들은 사단과 칠정이 모두 기가 발동한 것이며, 기가 주(主)라고 본 것입니다.
기호학파의 이 같은 주기론에 대해 정통 정주학을 추종한 이황 중심의 영남학파가 강하게 반발하며 主理論, 즉 理氣二元論으로 반박합니다.
성리지학에서 성(性)은 천명이며, 인간의 마음에 내재된 하늘의 작용이라고 본다고 했죠. 성리학의 창시자 정호 정이 형제 중 아우인 정이는 성즉리(性卽理성은 곧 리이다)를 주장했는데요, 성즉리 개념으로 볼 때 理는 천리(天理)입니다. 하늘의 이치가 본성, 즉 사람의 마음에 적용된 것이 사단의 理라는 얘기입니다.
주자(朱子), 즉 주희는 <太極은 理이다>라고 했습니다. 우주만물의 주재자를 태극(太極)이라고 보았고, 모든 理의 정점에 무극(無極)인 태극이 있고, 태극의 주재로 우주현상이 일어나기에 태극을 理라고 한 겁니다. 인간의 마음에서 태극을 찾는다면 그것은 인의예지의 사단이라는 건데요, 四端은 理이므로, 태극의 주재로 氣가 발동하여 우주만물의 현상이 일어나듯 인간의 마음도 理인 사단의 주재로 희노애구애오욕의 칠정인 氣가 발동한다고 본 겁니다.
영남학파는 이 정주학의 이론을 성실히 계승하여, 理는 항존불멸하며, 氣를 주재하는 근본법칙이 리이고, 리는 능동성을 지니고 있어서 리가 발동하여 기를 주재한다고 반박하게 됩니다. 리와 기는 엄연히 분리되어 있어 두 가지(二元)이며, 리는 상존하지만 기는 생멸한다고 본 것인데요, 사단은 리이며, 리는 性이므로 인의예지의 사단이 인간의 본성이라서 인간은 천부적으로 선하지만 선과 악이 섞여 있는 칠정의 기가 발동하여 감정을 일으키는 것이라고 본 겁니다.
이를테면 푸틴도 인명을 해치는 것은 잘못이라는 사실을 알 것입니다. 악마에게도 理는 있다는 뜻이 됩니다. 그렇지만 사려가 부족하여 氣가 어두워졌으므로 理가 제 기능을 상실하여 바른 판단을 할 수 없게 되었다는 논리입니다. 원래 선했던 마음이지만 사단의 理로 칠정의 氣를 제어하지 않은 결과가 人慾의 과잉으로 나타났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는데요, 본성인 리는 외물을 직접 접하지 않고 칠정인 기에 둘러싸여 있으며, 마음공부를 게을리 하여 기가 어두워지면 리가 혼탁해진다는 논리입니다.
인의예지인 사단은 마음 중심부에 자리하고 있고, 희노애구애오욕의 칠정이 외물을 접하여 직접적 감정을 일으키는데, 사단인 理는 원래 선하기에 갓난아이에게는 악이 없다는 주장입니다. 갓 태어난 아기에게는 칠정인 氣가 오염될 시간이 없어 理가 맑으므로 善만 있다는 얘기인데요, 사람은 태어날 때는 원래 선하지만 자라면서 칠정의 氣를 닦지 않고 방치하면 理가 흐려져 人慾을 제어할 수 없게 된다는 논리입니다. 선현들은 마음공부의 방법으로 사려(思慮)와 경(敬: 경외), 근독(謹獨: 삼가는 것), 존심(存心) 등 여러 가지를 제시했는데요, 바로 理로 氣를 제어하여 미발(未發)의 중(中)에 이르는 길입니다.
참고: 한국민족문화대백과 http://encykorea.aks.ac.kr/
두산백과 두산백과 http://www.doopedia.co.kr/